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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년 창업농들은 '소통형 강연'을 원했다

농업 고충 짚는 창업농 필수교육 현장...참여 열기 '후끈'

  • 윤종옥 기자
  • 2019-12-0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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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안동 농업기술센터 1층 로비. 김재민 창업농이 '창업농 필수교육'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김예슬 기자
"칙칙. 칙칙"

29일 오전 안동 농업기술센터 1층 로비. 한적함이 감돌던 이곳 현장에 슬리퍼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북 안동시에서 인삼 농장을 운영 중인 창업농 김재민(31·남) 씨다. 감지 않은 머릿결 밑으로 비춰진 그의 퉁명스러운 표정은 어딘가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경북지역 창업농들을 대상으로 한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필수교육'이 진행됐다. 영농정착지원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주요 사업 중 하나로 매해 대상자를 선정, 교육 이수자에 한해 ▲대출 기준 완화(최대 3억 원, 3년거치 7년 상환) ▲매월 보조금 지급(년차 별 차등, 100만원~80만원)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다만 일부 창업농들이 교육 취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바쁜 업무 시간대를 무의미한 곳에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창업농에게) 이론 수업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교육을)빨리 끝내주길 바란다.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있다"고 말했다.

'회의적→긍정적'으로 바뀐 창업농 교육 태도...왜?

"공판장 경매가는 확인해보셨나요?", "박스 당 가격은요?"

오전 10시, 창업농 교육이 진행 중인 3층 대회의실 안. 한 중년 남성의 질의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진다. 최필승 농업 마케팅 전문 강사다. 최 강사는 '농산물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모 창업농 고충에 대해 해법을 제안하는 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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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승 강사가 창업농의 고충을 듣고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사진=윤종옥 기자.

강연 내용은 대다수의 창업농들이 공판장 경매가를 비롯, 시세 변동 등에 무지하다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 부모 세대로부터 농업을 물려받은 후계농업인들과는 달리, 창업농은 농산물 시가 변동에 유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 강사는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 국가 정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 해당 업계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판단해보시기 바란다"며 "이는 향후 농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농업인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양파가 최근 가격 폭락을 맞은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농산물 시장 변화에 민감한 농업인들은 가격폭락 조짐을 보이기 이전부터 양파 재배를 포기, 피해 규모를 최소화했다. 앞선 사례를 통해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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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농들과의 소통은 오후 강연에서도 계속됐다. 前 검찰청 수사관리본부 수사관이자 법률 회계 전문가인 김도수 강사는 실제 농장을 운영하다 벌어질 수 있는 법적 사건들을 나열했다. 창업농들이 준비할 수 있는 대처 방안들을 시뮬레이션화를 통해 이해 쉽게 설명했다. 창농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자신의 메모장에 주요 내용들을 기재하는 데 분주하다.

교육이 끝난 오후 6시께, 김 강사가 마무리 인사를 맺자 교육생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그의 강단으로 다가와 연락처를 묻는 창농들도 속속 눈에 뛴다. 모 창업농은 "아마도 창업농들에게 필요한 강연이 있다면 이런 수업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전 마케팅 수업도 그렇다. 창농들의 고심을 듣고, 이에 대한 해법을 함께 모색해줘서 감사드린다"고 평했다.

교육이 끝날 무렵, 재차 만난 창업농 김재민 씨의 소매는 팔꿈치 위로 걷어 올려져 있다. 그의 손과 팔에는 볼펜 잉크 자국이 군데 군데 묻어 있었다. 그는 "필기할 내용이 많다보니 옷 소매에 볼펜 자국이 묻더라. 교육 내용이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이런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농산물 마케팅 전략, 법률회계 지식은 물론이고 '창농 동기'라는 든든한 주위 아군도 얻게 됐다.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교육 현장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윤종옥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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