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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거래한 기업은행…간부 등 5명 찾아와 사모펀드 가입시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 16일 국회 앞 기자회견서 피해 증언

  • 이주영 기자
  • 2020-10-16 12: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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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16일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책임을 묻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스마트에프엔=이주영 기자] “소상공인 입장에서 30년 넘게 거래한 주거래은행이 절대 안전한 상품이라고 가입하라는데 어떻게 거절합니까?”

16일 국회 정문 앞에는 각각 다양하면서도 비슷한 사연을 지닌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기업은행이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가입 권유에만 열을 올렸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피같은 우리 돈을 당장 돌려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책위는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기업은행이 판매수수료 수취의 목적으로 운용사가 제시한 비공개 제안서 내용을 고의적으로 사전 검증·실사하지 않고 자신들의 충성고객에게 부정한 수법을 동원해 판매한 명백한 사기사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 집회에 참석한 다수의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이 통장잔고를 보고 돈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입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가입 과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계기는 하나같았다. 바로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 간부들의 ‘권유’였다.

◆ “어느날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시작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오랜 시간 은행 중 유일하게 기업은행과 거래해왔다는 A씨는 “어느 날 사업장에 기업은행 간부 2명이 찾아왔다”며 “금리 3%에 가입기간 6개월짜리 괜찮은 상품이 나왔다고 가입을 권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우리같이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절대로 위험한 상품에 모험을 하지 않는다. 수익을 덜 보고 말지, 자칫 사업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상품에만 가입한다”며 “그날 찾아온 기업은행 간부들은 여태까지 손해를 본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며 믿고 맡겨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입 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가입기간이 6개월에 불과한 만큼 잘못될 일이 없을 거라고 안심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작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B씨는 “기업은행에서 어느 날 저에게 전화를 걸어 펀드상품에 가입하라고 했다”며 “수입해야 하는 설비를 구매할 비용이라고 망설였더니, 대출해줄 테니 대출금으로 설비를 구입하고 펀드투자금을 찾게 되는 6개월 후에 갚으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기업은행과 30년 정도 거래해 왔다. 주거래은행의 권유를 쉽게 거절할 수 있는 사업자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위험한 상품이라고 설명해줬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피해를 본 회사를 대신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직원도 있었다. 그는 “어느 날 기업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에 찾아온다고 하더라”며 “단순 방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지점장을 포함해 5명이 와서 펀드에 가입하라고 하는 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 회사 대표님은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위험한 상품은 싫어한다. 기업은행 간부는 고정금리 3%에 6개월만 넣으면 된다고 권했다. 주거래은행의 권유라서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찾아온 5명 중 4명은 기업은행 직원이었고 1명은 IBK투자증권 직원이었다. 가입 후 뒤늦게 기업은행 상품이 아닌 IBK투자증권 상품에 가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기업은행 상품인 줄 알고 가입한 것이다. 주거래은행이니까. 투자증권사 상품인 줄 알았더라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가입 후 우리가 묻기 전까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문제는 사모펀드 사태 후 우리가 가입한 금융기관이 은행이 아닌 투자증권사라는 이유 때문에 가지급금도 50%가 아닌 40%만 돌려받았다는 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자본시장법 제47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할 경우 그 내용과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또 제49조에 따르면 투자자로부터 투자권유의 요청을 받지 않고 방문·전화 등으로 권유하는 행위는 부당권유로써 금지된다.

◆ ‘가지급금’, 급한 불 껐지만 불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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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가 기업은행에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규탄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디스커버리 글로벌 채권펀드’는 기업은행, 하나은행, IB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에서 총 2,110억원이 환매중단됐고 약 80%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각각 3,612억원어치, 3,18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어치, 219억원어치가 환매 지연된 상태다.

이에 기업은행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디스커버리 핀테크 글로벌(선순위) 채권 펀드에 투자한 이들에게 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금의 110% 배상을 요구했던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또 급한대로 투자금의 일부인 가지급금을 받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지급금은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 투자한 투자금 일부를 먼저 지급한 뒤 향후 자산을 회수해 거둔 자금에서 그 차액을 정산해 돌려주는 것으로, 향후 회수율이 가지급 비율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자가 그 차액만큼을 금융사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지급 비율이 50%일 경우, 1억원을 투자한 투자자 A씨는 5,000만원을 먼저 돌려받고 이후 판매사는 자산 회수를 마치면 그 차액을 투자자와 정산한다. 만약 회수율이 60%일 경우 A씨는 10%에 해당하는 1,000만원을 더 받지만 회수가 40%일 경우에는 1,000만원을 금융사에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행으로부터 전화로 투자 권유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피해자 B씨는 “아직도 50%인 3억5,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오늘은 우리 회사 월급날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데 은행이 충성고객을 더 힘들게 만든 셈이다. 펀드 사태 이후 매월 월급날만 돌아오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빨리 회사로 들어가봐야 한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이주영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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