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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부족한 동물감수성…신동빈 소유 부지 ‘개농장’ 190마리 추위에 방치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 수십년째 ‘개농장’ 방치… 신격호 회장 별세 후 3자녀가 상속
롯데그룹, 개농장 관리 약속 했지만…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 없어” 방관
계양산 개농장, 불법시설물 ‘뜬장’에서 190마리 고통속에 지내
월 사료비만 1000만원… 방한 시설 없어 엄동설한 넘기기 힘들 듯

  • 조성호 기자
  • 2020-12-04 12: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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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 계양산 내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소유 부지에서 운영되던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동물권단체 케어가 마련한 임시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스마트에프엔=조성호 기자]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올 텐데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지나가니 안타까워요. 빨리 해결돼 이 친구(개)들이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서 자원봉사 하는 김은영씨의 얘기다.

인천 계양구 목상동 산39번지. 임야 3만2926㎡(9960평)인 이곳에서 올해 초인 지난 3월 개농장이 수십년간 불법 운영됐다는 사실이 한 언론사 보도로 알려졌다. 200여 마리의 개들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좁은 뜬장(공중에 떠 있는 우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만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제대로 된 사육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개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특히 이 부지가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소유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썩였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노(NO) 재팬’ 운동(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롯데그룹이었기에 비난은 거셌다.

계속되는 언론 보도에 롯데그룹 측은 지난 7월에야 “개들을 직접 사들여 보호하고 사료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창업주 일가의 개인 소유 재산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발뺌 중이다.

신 명예회장 사후 이후 이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직접 당사자인 이들도 불법 개농장 해결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수 일가 소유 부지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졌음에도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일명 ‘계양산 개농장’ 사건은 이렇게 묻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계열사인 롯데마트에서 안내견 출입 거부 사태가 발생하면서 반전이 일었다. 롯데그룹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계양산 개농장 사건도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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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보호 시설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이 설치됐다. 당초 계양구청은 불법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천막 설치를 막았다. (사진=조성호 기자)
골프장 건설 무산되자 사실상 방치

계양산 자락에 위치한 개농장은 당초 신 명예회장이 골프장 건설 사업을 추진했던 부지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이곳을 1974년부터 소유했다. 더불어 이곳을 포함해 이 일대 257만㎡(77만7425평)를 사들여 골프장 사업을 꿈꿨다.

신 명예회장 별세 후 골프장을 계획했던 이 부지는 자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사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소유권을 나눠 받았다.

특히 개농장이 운영된 목상동 산39번지는 신동빈 회장이 41.6%, 신영자 전 이사장 33.3%, 신동주 전 부사장 25%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소유권 이전 날짜는 지난 8월 28일이다.

지난 1월 1일 기준 이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1㎡ 당 2만7200원이다. 즉 9억원에 달하는 이 부지에서 수십년간 불법 개농장이 운영됐음에도 소유주들이 몰랐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 개농장 시설을 관리하는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따르면 이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개는 모두 192마리다. 앞서 70여 마리가 국내 및 해외로 입양됐고 오는 7일에는 5마리의 개가 해외 입양을 앞두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개들이 곧 닥쳐올 한파와 싸우며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답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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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에서 구조된 뒤 임시 보호시설에서 생활 중인 개들은 대부분 사료를 먹지 못하고 물만 삼키는 상황이다. (사진=조성호 기자)

본격적인 겨울 추위 시작, 구청은 반대만

문제는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면서 더욱 거세질 추위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비닐하우스를 짓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불법 시설물로 간주되면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미 주무부처인 계양구청은 케어 측에 개 구조를 위한 임시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케어 측도 자원봉사 차원에서 시설물을 관리하는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이라는 이유다. 그 때문에 비 오는 날 천막을 치는 것도 구청 직원들이 직접 나와 막았다고 한다. 현재는 케어 측이 이를 무시하고 천막을 친 상황이다. 개들이 비라도 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이제부터 문제라며 닥쳐올 시린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3일 자원봉사 중인 김은영씨는 “뜬장에서 어렵게 구조된 개들이 이제는 영하의 추위와 칼바람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개들도 생명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롯데와 계양구청의 미온적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씨는 또 “여기 있는 개들은 덩치는 크지만 대부분 1살 미만인 어린 개들”이라며 “뜬장에 오래 있으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데다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만 먹고 사료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계속해서 물만 먹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조된 개들 중 한 마리는 한쪽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뜬장에 있던 후유증으로 보였다. 한쪽 발을 내딛지 못해 제대로 걷지 못한 이 개는 심지어 구토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김씨는 “자원봉사자분들 중에 개들의 치료를 도와주는 분이 여럿 있다. 사진을 공유하면 이분들이 개를 직접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안 그러면 당장 치료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개들의 사료와 볏짚 등 모든 물품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금액에서 사용된다. 한 달에만 무려 1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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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지난 3일 계양산 개농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임시 보호시설에서 생활 중인 개들의 밥그릇과 물통을 채워주고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롯데,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감 가져야”

이날 만난 5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지자체와 롯데가 책임지고 하루빨리 구조에 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곳에서 4개월째 매일같이 구조된 개들을 지키고 있는 케어 활동가는 “롯데가 개들을 구조하는 데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며 “지금까지 롯데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가 그만큼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계양구청 또한 무작정 철거하라고 압박하기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이곳 개들은 현재 주인이 없는 상황이다. 분명 돌봐줘야 하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계양구청에서는 동물보호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해 관계자인 롯데와 계양구청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총수 일가의 개인 사유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창업주 일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현재 창업주 일가의 법률대리인이 계속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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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한 마리가 뜬장에 오래 갇혀있던 휴유증으로 다리를 절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조성호 기자 chosh7504​​@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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